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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지난 4월1일 한미 FTA반대를 외치며 하얏트 호텔 앞에서 분신을 하신 민주택시소속 조합원이신 허세욱님이 결국 15일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빈소는 경기도 안성의 성요셉병원에 안치되었다가, 오늘 아침에 발인을 하였습니다. 그분의 생전의 민중의소리 인터뷰를 오늘 읽었습니다.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내가 얼마나 안일했던가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제는 부디 차별과 평등이 없는 곳에서 편히 쉬시길 기도합니다.

세욱이 형님 / 고 허세욱 동지 영전에 부쳐

  
  김도수
  
  어둠속으로 의정부행 막차는 떠났습니다.
  영등포 역사에 핀 개나리 소리없이 지는 밤
  음지마다 산천으로 핀 선홍색 진달래도
  핏빛을 지우며 떨여져 나갔습니다.
  
  세욱이 형님
  타는 갈증 해소하던 화요일 밤
  종점 마포집 부침개도 타들어가고
  승객이 없어 힘들었던 노동분회 오던 날
  분을 삼키고 형님을 삼키던 막걸리는
  아직 주전자에 남아 있습니다.
  
  촛불이 타들어가고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는 동안
  빈차등을 켜고 가로수 사이로 헤매던
  나 홀로 택시를 만났습니다.
  
  폭발하는 고속엔진 뜨거운 심장
  어디 한 번 한강 모래톱에
  처박고 식혀보지 못한
  신뢰 믿음처럼 희미해져가던 형님
  
  도심을 누비며 밤늦도록 내 달리는 택시는
  어디에도 멈출 곳 없었습니다.
  지하방 구석에 작은 옷장 하나
  가제 도구 몇 그리고 동그마니 걸려 있는 속옷 두엇
  세상을 향해 뚫려 있는 작은 창
  싸늘한 방바닥에 가지런히 남겨둔
  또박또박 써내려간 마지막 부탁의 편지를
  차마 읽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 하나 자유로울 수 없었던
  사납금 폭력에, 조세 폭력에
  반도 곳곳에 자리한 미국놈 등살에도
  이골이 나 견딜만 견딜 만 하다더니
  홀로 폭력에는 눈물을 보이던 형님
  자식 새끼하나 두지 않고
  홀연히 떠난
  형님 부디 해방세상에서 이만
  
  2007. 4. 16.

[취재수첩] 수첩에 간직했던 허세욱씨와의 만남
윤보중 기자   윤보중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민주택시 한독분회 조합원 허세욱. 그의 나이 56세이다. 기자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3월 20일 세종문화회관의 촛불문화제 자리였다. 그날은 문정현 신부가 대추리의 마지막 촛불을 전하며, 한미FTA의 촛불을 모아달라며 호소했던 날이기도 했다. 70여명 남짓 모인 그 자리에서 허세욱씨의 흰 머릿발과 어딘지 모를 매서운 삶의 흔적이 좋아 기자는 인터뷰를 신청했다.
  
  “나 같은 사람 인터뷰 해서 뭐합니까?”
  “아닙니다. 여기 있는 분들 모두하고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선생님.”
  
  그를 다시 만난 것은 4월 1일 하얏트호텔 부근에서였다. 오후 3시 55분경이었다. 어쩌면 1~2분정도 더 빨랐을지도 모르겠다. 2시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던 범국민운동본부의 기자회견이 경찰의 방해로 한시간 가량 지연됐고, 우여곡절 끝에 시작했으나 경찰이 기자회견장을 완전히 포위하고 있어 중간에 한 차례 중단되기도 하는 등 기자회견은 마냥 길어져 갔다.
  
  3시 50분에서 55분 사이였다. 어디선가 함성이 들렸고, 비명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기자는 어디에선가 경찰과 시민 사이에 충돌이 있나 싶어 기자회견장을 빠져나왔다.
  
  “불이 났어”라는 외침이 들렸고, 언덕 밑에서 검은 연기가 나오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이상한 느낌이 들어 달리기 시작했다. 하얏트 호텔 앞 사거리에서 불과 이십여 미터 안쪽에서 검은 물체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타고 있었다. 불길이 3미터이상 치솟아 올랐다. 그것이 사람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말소리가 들렸지만 불길이 목구멍을 틀어막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곧 경찰관이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껐다. 사람이었다. 하지만, 기자는 그가 허세욱씨라는 걸 알아보지 못했다. 그를 떠올려 보건데 그 몸은 불길로 퉁퉁 부어있었던 것이었으나, 기자는 그저 체구가 있는 사람정도로 생각했다. 시청에서 불길의 기운을 잊지 못한 채 촛불집회를 취재하다가 우연히 예전에 인터뷰를 했던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기자 수첩을 뒤져 예전에 인터뷰를 했던 민주택시 조합원의 이름을 확인했다.
  
  민주택시 한독분회 조합원 허세욱(56).
  
  당시 그가 기자에게 했던 말들을 떠올려보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야근이 없는 날에는 촛불 문화제에 참가한다”는 한 늙은 노동자의 말이 촛불의 빛처럼 아름답게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촛불 문화제는 참가하는 사람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촛불 하나하나의 의미가 소중한 것이구나 느꼈던 순간이었다. 당시에 기자와 나누었던 허세욱 씨의 이야기를 전한다.
  
  “오전에 일 끝내고 촛불 문화제에 참석했습니다. 일하는 중간중간에 한미FTA반대 내용이 담긴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습니다. 손님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장씩 건네주는 것이지요. 어떤 분은 만원짜리를 주고 가시는 분들도 있고, 어떤 분들은 거스름돈을 안 받기도 하고 적게 주고 가시는 분은 한 4천원 정도 주고 가시더군요.”
  
  “(3월 20일 당시) 전단지 300장 정도 돌린 것 같습니다. 제가 손님들에게 인터넷 좀 보시고 서명 운동에 좀 동참해주십시오 하고 부탁합니다. 그러면 대부분 ‘수고하시라’고 그래요. 한 100장정도는 택시에서 손님 한명 한명 나눠주었고, 나머지는 퇴근길에 집집마다 돌렸습니다.”
  
  “저는 이 정부가 잘못된 현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잘못됐고, 그래서 시민들에게 많이 알려내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촛불 문화제에 와 있는 사람들이 감상에 젖어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
  
  “저는 FTA는 (국익이 되는 방향으로) 체결되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한나라당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도 방송이나 신문보다는 인터넷을 통해서 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택시 손님들에게 한미FTA 전단지를 나눠주면서 이야기를 해보면, 대부분의 반응은 ‘저는 잘 몰랐습니다’고 합니다. 대체로 한미FTA는 좋은 줄로만 압니다. 이게 다 정부랑 언론이 제대로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0사람이면 10사람 다 받아봅니다. 딱 두사람만 안 받았는데 한 분은 술먹은 사람이었고, 다른 한명은 잘 생각이 안나네요. 저는 아직 (FTA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TV토론회도 하고 해야 되는데 언제 제대로 다룬 적이 있습니까? 정말 화가 납니다.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해도 되는 것입니까?”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잘 해야 됩니다. 여기 나오니까 (이런 현실에) 화가 납니다. 민주택시노조에서는 저처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내부적인 택시 제도가 문제가 많습니다만, 저는 틈나는 대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답답한 것은 조합원들에게 강력한 지침으로 내려져야 하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제, 야간 근무가 끝나고 오전 10시에 과천에 가서 농림부를 관찰했습니다. 농민분들이 기자회견을 한 30분 정도 하고 나서 잔디에서 노숙농성을 하는데, 국회비준 막을 생각이라면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에 이용만 당하고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맥을 끊어야 합니다. 그래야 FTA가 폐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상태로는 답답합니다. 단식도 하고 촛불문화제도 하고 고생스럽기는 하지만 이것이 모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감상에 젖어 있어서는 안됩니다. 평택의 대추리도 빼앗기고 저는 이것이 마지막 투쟁인 것 같습니다.”
  
  “얼마 버냐구요? 한달에 한 120만원 정도 버는 것 같습니다. 기름값 빼고 이것저것 빼면 남는 것 얼마 안됩니다. 예전에는 150만원정도 벌었는데 요즘은 더욱 어렵습니다.”
  
  허세욱 씨와 대화를 나누었던 3월 20일 이후, 촛불문화제는 조금씩 숫자가 늘어 900명으로 불어났고, 이후에는 서울 시청으로 옮겨 3000여명까지 늘어났다. 촛불이 자신을 태워, 빛을 밝히듯 허세욱씨가 자신의 몸을 태워 밝혔던 그 빛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오기만 한다.
  
  1일, 허세욱씨는 소화기 분말가루에 뒤덮여 있다가 눈을 깜빡이며, 걸걸한 목소리로 “노무현 정권 퇴진하라”를 외쳤다. 그리고 몇분 뒤에 구급차에 실려가는 순간에 그는 다시 온힘을 다해 외쳤다.
  
  “한미FTA를 폐지하라!”
  “졸속적인 한미FTA 중단하라!”


2007년04월01일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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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ie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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