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폭력.
무소불위의 권력은 폭력으로 귀결된다. 그 예는 ? 너무 많다. 전두환 봐라. 강력한 군사정권을 뒤로한 독재정치를. 자신의 구미에 맞지 않고 자신의 말대로 행하지 않으면 어떻게 했는가를. 우리 생활에도 그런 경우는 흔하고 흔하다.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는 것이 한나라의 독재자나 가지고 있는 그런 특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이 다니고 있는 직장 주변을 보라. 자 눈에 서서히 뜨지 않는가?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에도 여지없이 존재한다. 노동자지만 노동자로 인정 못받고, 일용직보다 못한 기타소득자로써의 삶. 내가 이 직장을 다닌도 3년이 다되간다. 이 직장을 선택한건 단 한가지 이유다. 서울에 있기 때문이었다. 월급!? 애초에 관심도 없었다. 생물학 연구직이라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라. 같이 입사한 다른 연구원들과 단지 병특이라는 이유로 10~20만원 더 적게 받는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일하게 된 나의 직장. 여느 대학 연구기관과 다를 바 없는 박봉의 연구원들과 대학원생들이 근무하는 곳. 이곳의 생활은 여타의 생물학 연구직들과 비슷하다. 출퇴근 시간도 없고 (출근시간은 늘 강조한다. 하지만 근로계약서나 서류상으로 정해진 시간은 없다.), 몇일 씩 밀려있는 실험들을 끝내고 나면 또 다른 것들이 기다리고 있고. 삶의 여유와 의의를 찾기는 힘든 무미건조한 삶. 연구라는 이유 아래에서는 일요일도 공휴일도 필요가 없다. 필요하면 나가야 되므로.
그렇다면 이런 현실을 내가 예측 못한 건 아니다. 으례 비슷하겠지 생각했다. 그렇게 생활한게 3년이 다되가는 것이다. 그럼 죽도록 일만했나 난? 미쳤나 내가. 연영석씨의 노래 제목 처럼. 이씨 니가 시키는 대로 내가 다할 줄 아나? 난 내가 하기 싫은 것은 안한다. 억지로 하더라도 금새 티가 난다. 난 그 결말이 모두 예측되는 행동들을 자행했다. 3을 시키면 1을 하고, 내일까지 하는거면 모레까지 해가고. 언제부터? 잘은 모른다. 하지만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왜? 왜? 왜?
이미 이곳에서의 희망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선생들은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바쁘고. 연구가 목적도 아니다. 이곳엔 정말 제대로 연구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선생들이 우리에 대한 생각이라곤 돈 더 안써가며 어떻게 더 많이 부려먹을까 하는 것이다. 과하게 말한 것일까?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리 과하단 생각은 안든다. 토사구팽. 아주 적절한 묘사어다. 3년의 기간동안 1년반을 주구장창 RNA를 뽑고, amplification을 했다. 하지만 이런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왜냐면 이미 그사람들 머리속엔 이런건 들어있지 않다. 당장 이 녀석을 어떻게 굴려야 하는지 만이 있다. 자신의 제자(제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연구원들도)에 대한 배려가 있었나? 건설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고민이 있었는가? 그렇다고 과학자로서 지니고 있는 고유의 가치관이 있는가? 없다. 그 어느 것 하나도. 그저 복종만이 요구가 된다. 그래.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근데 문제가 있다. 미래지향적 고민과 과학자로서의 가치관이 있다면 연구기관의 책임자로서 그 길에대해 고민을 던져줄 수 있어야한다. 하지만 이곳엔 이런 건 없다. 왜냐고? 위에 답이 다 있다. 결국 늘상 루틴으로 돌아가는 실험을 하는 사람들은 차라리 속이 편하다. 루틴으로 그것만 잘하고 있으면 별일 없으므로.
내가 택한 것은 내 방식대로 하는 것이었다. 조금은 그들을 거슬리는 방식으로. 그렇다고 모든걸 내 방식대로 했다고 온전히 내식으로 한것도 아니고, 나에게 주어지는 회사일들을 안한것도 아니다. 그들이 싫었지만 하는 일들이 온전히 싫은건 아니었다. 재미도 있었고, 보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한번에 뒤엎는 비상식만이 이 연구실에 남아있다. 이치에 맞지 않는 요구. 사기진작에 앞서는 비난과 힐난. 인격모독. 이게 리더가 갖고 있는 덕목이라면 덕목이다. 열받게 해서 더 열심히하게 하는것?
지금까지 이 연구실을 나간 사람들 중 제대로 나간 사람이 얼마 안된다. 제자가 쓴논문 다른 의사한테 넘기고. 하나도 미안한마음도 없이. 아니 이건 있을 수도, 있어도 안되는 일이지. 전혀 도움도 안준 교수를 떡하니 second author로 넣으라는 이런 야만적인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것이 그들이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고서는 가능키나 한 것일까?
나는 이 모든게 싫다. 질리도록. 저러한 권력과 그에 수긍하게되는 굴욕도. 이 모든 것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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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칼럼에 한 번 갈겨주랴?
오 어떻게여?
주간한국에 써도 되고, 훈이한테 취재해보라고 해도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