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 렌즈, 잡종 렌즈 | ▩디카 및 사진학▩2006/07/1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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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 렌즈, 잡종 렌즈

순종이란 잡것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혈통을 유지하는 동물이나, 그런 류의 식물을 얘기할 때 쓰는 말이다. 순종을 보존하기 위해 보호받는 동·식물도 있지만, 학계에서는 인위적으로 잡종을 만들기도 한다. 잡종은 순종보다 생명력이 강하고 생태 적응력이 높아서, 유전공학을 응용한 잡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사진기나 렌즈에 순종·잡종이 있다고 하면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아니 이러한 현상은 유독 우리 나라 사진계에서만 두드러지는 일일 것이다.

유명 사진기 제조업체들은 그 회사만의 고유한 렌즈 마운트를 가지고 있어 타 업체의 것은 쓸 수가 없다. 라이카는 라이카만의, 미놀타는 미놀타만의 특정한 연결장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라이카와 미놀타가 전략적 제휴를 했다 해도 두 회사의 사진기와 렌즈는 서로간에 호환성이 없다.
미놀타에 굳이 라이카 렌즈를 쓰려면 미놀타 사진기를 라이카 렌즈와 연결되도록 마운트를 개조하거나, 라이카 렌즈를 미놀타 마운트에 맞도록 개조해야 된다. 이것은 이론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실제는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 된다.

사진기 제조업체간에는 회사의 명예와 자존심 그리고 여러 문제가 결부되어 타 회사의 사진기에 맞는 렌즈를 만들지 않지만, 렌즈만 전문으로 생산하는 광학회사들은 자기 고유의 사진기가 없기 때문에, 여러 업체의 사진기 마운트에 맞는 렌즈를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렌즈 전문업체로는 프랑스의 앙제뉴(Angenieux), 일본의 토키나(Tokina), 탐론(Tomron), 시그마(Sigma), 미국의 비비타(Vivitar), 그리고 우리 나라의 삼양 광학을 들 수 있다.

이들 렌즈전문업체들은 라이카, 캐논, 니콘, 펜탁스, 미놀타 등 렌즈 교환이 되는 일안 반사 형식의 사진기 제조업체의 고유 마운트와 연결되는 렌즈를 만들어낸다.
이런 데서 만든 렌즈는 사진기업체의 고유 렌즈보다 가격이 많이 저렴하고, 아주 다양하며 실용적이어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많이 쓰이고 있으나, 유독 우리 나라에서는 잡종 취급을 받아 천덕꾸러기 역할밖에 못하고 있다.

렌즈는 설계, 가공, 연마, 코팅, 조립, 검사의 과정을 거쳐서 완성된다. 이러한 과정은 어느 회사나 동일하며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렌즈의 원자재가 되는 광학 유리는, 나라와 나라 사이에 기술력의 차이가 있고, 제조방식은 회사마다 그 나름의 방식이 있기에 똑같다고는 못할 것이다.
독일 렌즈와 일본 렌즈의 차이는 광학 유리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렌즈를 만드는 광학 유리 산업에서 아직 일본이 독일을 못 따라가는 실정이다.
그리고, 우리 나라는, 일본 광학 유리를 들여다 쓰기 때문에 저가의 보급형은 일제와 큰 차이가 없지만, 고급 렌즈에서는 여러 사정 때문에 아직 시장에 이름을 내걸지 못하고 있다.

저명한 외국 사진가 들이 쓰는 대부분의 줌 렌즈들은 사진기 제조업체의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 나오는 사진잡지를 보면, 거기에 실린 사진 설명에 렌즈 제원이 나와 있으니, 눈여겨보면 어떤 렌즈를 사용했는지 알 수 있다. 작가에 따라 선호도가 다르기는 하지만, 사진기와 렌즈가 각기 다른 브랜드가 많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라이카나, 니콘, 미놀타, 캐논, 펜탁스 등의 사진기에 비비타나 탐론 등의 줌 렌즈를 장착하여 찍은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렌즈만 만드는 렌즈 전문업체의 것들이, 비슷한 성능에 가격이 저렴하니까 훨씬 실용적이어서 많이 쓰는 것이다.

1980년대 중반에, 우리 나라의 창원에서 생산되는 폴라 렌즈(제조 : 삼양광학)가 세계 교환렌즈 시장의 40%를 차지했었던 것도, 렌즈의 성능에 비해 가격의 경쟁력에서 일본 업체들을 제꼈기 때문이다. 그때는 사진인의 한 사람으로 폴라 렌즈에 대해 큰 자긍심을 가졌었다. 하지만, 렌즈 차원의 문제가 아닌 노사 관계의 문제로 1992년에 부도가 나서 세계 시장에서 폴라 렌즈는 그 이름이 퇴색하고 말았다.

다른 나라에서는 특정의 프로 사진가 말고는, 즐기기 위해서 사진을 찍기 때문에 우리 나라처럼 최고급 렌즈를 선호하지 않는다. 직업으로 찍는 사람은 최고급이 필요할지 모르나 일반 사진인은 저렴하고 성능이 좋으면 된다는 실용적 사고가, 비싼 순종 렌즈보다는 값이 싼 잡종 렌즈를 선호해서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 폴라가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것이다.

35mm 사진기로 찍어서 확대하는 크기가, 우리 나라에서는 20"×24"가 많지만, 미국이나 유럽은 8"×10" 가 많다는 것도 그들이 비싼 렌즈를 쓰지 않는 이유가 된 것이다. 사실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사람들은, 크게 확대할 사진을 120롤 사진기나, 시트 필름을 쓰는 대형 사진기를 찍지, 35mm 사진기를 많이 쓰지는 않는다. 하지만, 35㎜ 사진기로 찍은 필름도 제대로 찍힌 것은 20″×24″의 전지 확대가 무리는 아니다. 꼭 ED 렌즈나 APO 렌즈가 아닌 보통 렌즈로 찍어도 사진기 떨림을 방지하고, 정확한 초점만 유지되면 그 정도까지의 확대는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진인들이, 찍을 때의 부주의는 생각지 않고 사진이 마음먹은 대로 안 나오면 사진기나 렌즈를 탓한다. 튼튼한 삼각대에 사진기를 거치시키고 렌즈 조리개를 8이나 11에 놓고 정확한 초점을 맞추어 찍은 다음 확대시켜 보면 위에서 한 말이 빈말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폴라에서는 ED나 APO 같은 고급 렌즈가 나오지 않지만, 일본의 렌즈 전문업체들은 모두 생산하고 있다. 캐논 EOS. 에 쓰는 L렌즈, 28-70mm, F.2.8 줌 렌즈의 가격이 130만원 대를 왔다갔다하지만, 토키나에서 나온 같은 급의 렌즈는 50만원이면 산다. 그렇다고 사진에서 130만원의 렌즈와 50만원의 렌즈가 그 가격만큼의 차이가 있느냐 하면, 그리 큰 차이를 못 느끼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전문가들도 대부분 값이 싼 렌즈 업체 것을 쓰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열 사람 중 아홉 사람이 캐논 렌즈를 쓰니까, 나머지 한 사람은 쪽팔려서 토키나 렌즈 못 쓰겠다고 교체하러 온다. 또 유명 사진작가를 만났더니 그 렌즈(잡종) 못쓰니 당장 캐논으로 바꾸라고 하더란다.

니콘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나온 니콘의 Nikor 28 - 70mm F.2.8 ED 렌즈는 그 소비자 가격이 200만원을 넘어가고, 니콘에서 세 번째 바꾸어 내놓은 Nikor 80 - 200mm F.2.8 ED 렌즈는, 먼저 나온 같은 것보다 100만원이 더 비싼데도 그것을 사려고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풍조가 만연하다 보니, 사진기 브랜드와 같은 브랜드의 렌즈가 훨씬 비싼데도 그것들만 고집하고, 또 그것이 아니면 사진 못 찍는 줄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실정이다.

라이카 사진기에 일제 렌즈 끼워 쓰는 것은 라이카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하자. 그러나 그 잘난 일제 사진기에 일본 렌즈 끼워 쓰는 것이 뭐가 쪽 팔린다는 얘기인지…….
하여튼 우리 나라에는 수천 명이 넘는 자칭 사진작가 때문에 엄청난 낭비와 과소비가 성행되고,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잘못된 인식만 심어지고 있다. 프랑스의 앙제뉴 렌즈를 니콘에 끼워 쓰는 것은 자랑하면서, 니콘에 폴라를 끼우면 뭐가 문제인가? 아이들 기념사진 찍어주는 것이 고작인 아줌마들에게, 캐논 EOS 5에 28-70. F.2.8 L 렌즈를 끼우라고 가르쳐 주는 사진작가 아저씨들. 그 아저씨들 중에 사진 찍어 먹고사는 사람 몇이나 되는지 묻고 싶다.

자기 돈 많아서 비싼 것 쓰는데 웬 시비냐고 할지 모르지만, 사진 쪽의 낭비와 과소비가 결국은 일본만 배불린다는 사실을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저가의 보급형은 폴라를 쓰고, 고급 렌즈는 사진기 업체의 것보다 렌즈 전문업체의 것을 쓰면, 사진인이 낭비하는 돈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사진의 질은 줌 렌즈보다 단 초점 렌즈가 더 낫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사진의 질을 위해 고가의 줌 렌즈를 쓴다는 것은 모순이다. 줌 렌즈는 편리해서, 실용적이어서 쓰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굳이 두세 배 비싼 사진기 업체 것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렌즈 전문업체의 것이 훨씬 경제적일 것이다. 렌즈의 질이 떨어진다고?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선풍기보다 신일 선풍기가 값은 더 싸면서 품질은 낫다고 하는 것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도 한 때, FA★ 80-200mm F.2.8이 나왔다는 잡지를 보고 시내를 몇 바퀴 돌았지만 못 구하다가 1년이 지나서 겨우 산 적이 있다. 그런데 막상 써보니 크게 다를 것도 없었다. 소비자 가격이 21만엔이나 되는 펜탁스 FA★ 80-200mm F.2.8 줌 렌즈 중고품을 95만원에 샀지만, 무겁고 커서 삼각대를 쓰지 않고는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우연히 들른 상점에서 70년대초에 나온 비비타 시리즈 1, 70-210mm F.3.5 줌 렌즈를 보고는 그것을 20만원에 사고, 펜탁스 줌 렌즈는 90만원에 팔아 버렸다. 비비타 시리즈 1은, 펜탁스 FA 렌즈보다 밝기는 한 스톱 더 어둡지만, 더 가볍고 소형이어서 손에 다루기는 훨씬 편하다. 사진기 10여 년 만지다보니 이제 조금 눈이 떠지는 것 같다. 비싼 고급보다 손에 들고 다루기 좋은 것이 더 나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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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파랑새님 블로그로부터 스크랩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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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3 21:49 2006/09/1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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