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5도의 추위

눈에 덮혀 보이지 않는 등산로

아무도 없는 산속에 홀로 가는 외로움




이 번 산행은 아마 지금까지 산행 중 가장 기억에 남지 않을까 한다. 처음으로 혼자간 산행이 춥고, 배고프고, 힘든 제대로 된 겨울 산행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가고싶은 힘들고도 즐거운 산행이었다. 복잡한 마음을 추스리려 온걸 알았는지 덕유산은 그에 맞는 대접을 해주었다.

2008. 2.5~2.6

코스는 북덕유에서 남덕유로 이어지는 26.9km의 코스였다. 시간이 14시간으로 나왔지만 밤사이 내린 눈으로 유실된 등산로를 헤매고, 다리도 불편하고, 체력도 많이 떨어자고, 밥도 해먹는지라 17시간이 걸렸다 (잔 시간 빼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처: 국립공원관리공단>


남부터미널에서 무주로 가서 무주 터미널에서 구천동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천동 터미널


구천동 터미널은 사용이 되는 것 같진 않았다. 내려올 때 랜턴과 과자, 소주를 안사가지고 와 왼편으로 즐비하게 서있는 가게들 중 한곳에 들어가 초코바 몇개와 조그만 PET소주 2병, 랜턴을 사가지고 산행을 시작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덕유산 국립공원 입구 (무주)


조금 올라가다 보니 국립공원을 알리는 푯말이 나왔다. 바닥은 전부 눈이었지만 눈이 내린지는 조금 지나 단단히 다져져서 아직은 아이젠이 필요 없었다. 이곳에서 백련사까지 올라가는 길은 길도 크고, 경사도 완만한 편이라 그리 힘이 들지는 않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꽁꽁 얼은 계곡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신대휴게소 근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느 새의 죽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부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백련사


올라 가면서 몇개의 담을 거치고, 하산하는 등산객을 뒤로한채 백련사에 오르니 4시 반 정도가 되었다. 올라가면서  따닥따닥 소리가 많이 나고, 눈길에 떨어진 나무껍질을 볼 수가 있는데 이는 모두 딱다구리의 작품이다. 그 새들이 사실 정확히 딱다구리인지는 모르겠다. 조그만 놈들이 껍질사이의 벌레를 파먹으려는지 나무를 쪼아대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백련사에서 화장실에 들렀다. 잠시 쉬고, 마저 산행을 시작했다. 위 사진의 정면으로 보이는 길을 따라가면 향적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무를 쪼는 놈들. 소리가 정겹다.


이곳에서 부터는 경사도 꽤 된다. 제대로 산을 오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백련사 좀 전부터 아이젠을 착용하고 등산을 시작했다. 향적봉에 거의 다다르면 대피소로 바로 가거나 향적봉으로 바로 오르는 길 두갈래가 나온다. 거리는 비슷하나 대피소로 올라가는 길을 추천한다. 마지막 향적봉으로 오르는 길이 상당히 가파르고 길이 않좋다. 대피소로 갔다가 올라가는 길이 조금 길지 몰라도 훨씬 가기 수월하다.
그렇게 오른 향적봉은 이미 해는 지고 저녁노을만이 붉게 빛나고 있을 때였다. 나는 얼른 준비해온 삼각대와 카메라를 꺼냏어 해지기 전의 모습들을 담았다.  향적봉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청봉이나 천왕봉과는 달리 넓직하고 바람도 그리 많이 불지 않는 평안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다른 봉들 못지않게 그 경관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손색이 없었다. 봉 앞으로 펼쳐지는 저녁하늘과 산능선들은 잊지 못할 풍경으로 기억에 남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날은 향적봉 대피소에서 묵었다. 연휴 전날이라 사람도 거의 없었다. 등산객 10여명 정도와 대피소 관리 직원 한명만이 있는 조용한 밤이었다. 혼자가느라 별 찬을 준비해 가진 못했지만, 있는 것들을 꺼내어 서둘러 저녁을 지어먹고는 너무나 맛있게 소주 2병을 비웠다. 계속 오르막길을 올라와서 인지 다리가 아파 스프레이 파스를 뿌리고 잤다.

다음날 정상적으로 대중교통을 타고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영각통제소에 4시까지는 내려가야 했다. 하지만 거리상 10시간 정도 소요되는 향적봉~영각통제소 구간을 그 시간에 갈려면 적어도 아침 6시에는 출발해야 한다. 그럴려면 4시에는 일어나 밥먹고 출발 준비를 해야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새벽의 향적봉 대피소

사용자 삽입 이미지

향적봉 대피소 앞에서


그래서 다음 날 조금 늦은 4시 반에 일어나 출발 준비를 했다. 식수원이 100m떨어진 곳에 있어 혼자 준비할려니 시간이 꾀나 걸렸다. 그래서 한시간 늦은 7시에 출발을 했다. 한 겨울이라 7시여도 산은 어두 컴컴했다. 조금 걸으니 이제 해뜰 준비를 하려는지 조금씩 주위가 밝아왔다. 밤사이 눈이 내려서 등산로 주변으로는 눈이 꾀 쌓였지만 아직까진 등산로는 괜찮은 편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중봉에서


중봉에 도착하니 어느덧 주변을 확인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기온은 정말 찼지만 바람이 거의 안불어서 견딜만 했다.  눈썹은 벌써 눈물이 서려서 고드름이 피었고, 서있는 모든 것들은 하얗게 눈꽃이 피어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눈덮힌등산로


중봉에서 조금가서 산길로의 산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밤사이 내린 눈으로 등산로가 상당부분 눈에 덮혀 확인이 안됐다. 게다가 내가 처음 등산로를 밟는거라 더욱 난감했다. 등산로 같은 데 밟으면 허벅지까지 푹 빠지고, 아닌데는 더 빠지는 듯 했다. 눈 덮힌 겨울 산행의 어려움과 위험한 부분이 이 점인 것 같다. 다행이 이쪽길이 절벽쪽이 아니어서 그렇치 절벽쪽 길은 잘못하면 천길 낭떠러지 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얗게 서리내린 푯말


이렇게 산행은 계속 됬다. 송계삼거리에서 잠시 찍은 사진이다. 나도 저렇게 서있었으면 얼어죽었을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온다. 짐도 무겁고 혼자가느라 걸음이 더뎠는지 나보다도 늦게 향적봉에 출발한 등산객과 이곳에서 만나서 삿갓골재 대피소까지 동행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덕유산 설경-1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얗게 눈 덮힌 덕유산을 배경으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덕유산 설경-2

능선 들 사이로 지금까지 온 등산로가 보인다. 저 왼편으로 구름에 가려서 안보이지만 향적봉도 조그맣게 보인다. 덕유산은 연결된 능선들이 시원하게 잘 보이는 특징이 있다. 덕유산 종주의 백미는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게다가 눈까지 하얗게 덮힌 모습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덕유산에서 바라 본 능선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무룡산 정상에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무룡산 정상에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덕유산 설경-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앞으로 가야 할 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빛 과 사람의 길


중간 중간 설경과 주 능선을 찍었다. 사실 사진을 많이 찍을 수가 없었다. 날씨도 너무 추워 잠까 쉬어서 카메라 꺼내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같이 동행하시는 분은 조그만 똑딱이로 주머니에서 꺼내서 바로바로 꺼냈지만 난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 점은 참 불편했던 것 같다.

덕유산 종주 코스는 지리산과는 또다른 맛이 있었다. 특히 지리산보다 오르고 내리는 중간 중간 봉우리 형태가 참 많았다. 그래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그 분이 많이 기다려 주면서 갔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한참을 외롭게 갔으리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삿갓골재 대피소


드디어 도착한 삿갓골재 대피소. 어찌나 반갑던지 이곳에 온건 1시경이었다. 7시부터 출발했으니 6시간이 걸렸네. 시간이 좀 지체됬지만 점심은 안먹을 수 없는지라 얼른 점심을 해먹었다. 겨울이고 등산객이 별로 없어서인지 영양갱, 자유시간 같은 과자를 빼곤 햇반, 라면 같은 음식류는 안팔았다. 원래 라면사서 아침에 남은 밥에 같이 말아  먹으려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남은 밥을 끓여 먹어야 했다. 여기서 같이 동행 하셨던 분은 먼저 출발 하셨다. 뒤따라 가겠다 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언제 뵐지 모르겠지만 그분께 다시금 감사를 표한다. 같이 내려가면 오토바이로 함양시내까지 태워다 주신뎄는데. 내가 너무 느린지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삿갓봉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월성재


점심을 먹고는 바로 대피소를 출발하였다. 삿갓봉을 지나 월성재에 도착한 것은 대략 3시경이었다. 여기까지도 상당히 힘들었던 기억이다. 버스를 제대로 타고 서울을 갈려면 사실 여기서 하산을 해야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종주를 성공하고 싶었고, 남덕유에 오르고 싶었다. 작년 가을 덕유산 산행시에도 남덕유에서 올라 많은 비때문에 이곳에서 하산한 기억이 있다. 그래서 더욱 이번엔 종주를 하고 싶었다. 남덕유까지 마지막 1.4km를 이를 악물고 올라갔다. 이곳에서 남덕유까지는 상당히 가파른 편이라 쉽지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남덕유 정상에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천국의 계단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남덕유에서 바라본 능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남덕유 정상


그렇게 오른 남덕유 정상은 눈물이 날정도로 반가웠다. 해가 서산으로 서서히 기울며 동쪽의 능선을 붉게 물들이고, 흐르는 구름들은 지나가기에 바빠 보였다. 덕분에 막차 시간도 다 놓치고 어떻게 올라가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지만 종주를 했다는 기쁨에 그런 건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지금도 이 사진들을 보면 당시의 감격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 같다.

남덕유에서 하산을 시작한것은 5시가 조금 못되는 시간이었다. 영각통제소에 도착한 시간이 7시가 좀 못되는 시간이었다. 내려가는 동안에 해는 다 져서 어두워졌고, 어둠을 헤치며 영각통제소에 도착하니 자판기만이 조용히 불밝히며 나를 맞아 주고 있었다.

일단 함양시내로 나가야 하므로 서상 콜택시를 불러서 함양으로 나갔다. 이미 서울행 막차는 끊긴 상태였고, 서울행 야간우등도 만차란다. 그래서 진주로 가서 진주에서 서울행 10시 야간 우등을 타고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1박 2일의 덕유산 종주도 끝이 났다. 산행 당시에는 괴로움과 즐거움이 교차했지만 돌이켜 보면 너무나도 의미있던 시간이었다. 다들 말리는 겨울 산행이었지만, 정말 다시 가고싶은 추억이다.

이번 산행에서 어려웠던 점은 첫번째로 눈덮힌 등산로였다. 등산로가 눈이 덮혀서 안보이는 곳에선 헤멜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발이 깊게 빠져서 두려움은 더했다. 두번째로는 오르막길에서 힘들었다. 평상시야 천천히 올라가면 되지만 눈이 내리고 직후라 자꾸 미끄러졌다. 아이젠을 신었는데도 그랬다. 특히나 오르막길에서 체력소모가 심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론 땀이다. 아무리 고어텍스 할아버지가 와도 속에서 나오는 땀을 식히면서 쾌적하게 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열어놓으면 얼어죽을 것 같고. 그래서 쉴때도 5분이상을 쉬지 못했다. 5분만 쉬어도 땀이 식어서 금새 추워지기 때문이다. 갈이입을 옷이 필수라지만 다른 짐도 많은데 갈아입을 옷을 충분히 가져갈 순 없었다. 그냥 입고 가면서 말렸다. 아이젠과 스패츠는 당연히 필수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driemon.

Trackback URL : http://www.driemon.net/tc/trackback/316


Leave your greetings here.

  1. Comment RSS : http://www.driemon.net/tc/rss/comment/316
  2. 정은이 2008/04/25 15:48  Modify/Delete  Reply  Address

    정말 아름답다, 나두 어서 가보고 싶네

  3. driemon 2008/04/28 09:13  Modify/Delete  Reply  Address

    응. 너무 아름다웠지만 너무 추웠어...ㅎ

[로그인][오픈아이디란?]
« Previous : 1 : ... 110 : 111 : 112 : 113 : 114 : 115 : 116 : 117 : 118 : ... 409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