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rticles, Search Results for '농업

  1. 2010/03/25 [펌] 깐 대파가 무섭냐? by driemon

채소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한다는 기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배추와 대파, 시금치 등등 가격이 많이 올랐다. 예전 MB님께서 깐마늘 값이 올랐다고 대책을 세우라고 국무회의에서 지시했다고 한다. 국무회의에서 농산물 값 걱정을 해주는 건 고맙지만, 국무회의에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깐마늘 값이 올라도 우리한테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적다. 대파도 마찬가지이다. 대파는 국민 1인당 하루 19.56g(2007 식품수급표)을 소비한다. 한달에 약 600g이며, 1년이면 7.2Kg을 소비하는 셈이다. 깐대파 300g이 최근 1480으로 25.4%가 올랐다고 한다. 약 3백원 올랐다. 한달에 600g을 소비하는 것을 기준으로 했을 때 우리 국민 1인은 월 6백원을 더 쓰게 된다. 1년이면 7천2백원이다. 별다방 커피 2잔값도 안 된다. 배추도 1인당 1일 소비량이 86.63g으로 대파보다야 소비량이 많지만 국민들에게 큰 부담은 되지 않는 수준이다.

지금으로부터 꼭 1년전에 대파의 주산지인 진도, 무안, 영암에서는 가격 폭락으로 대파를 산지폐기했다. 지난해 2월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대파 평균 가격은 1kg(단) 상품기준 7백28원으로 지난해 동기 1천3백14원보다 무려 44.6% 낮은 금액이었다. 반면 올해는 25% 올랐다. 사진은 지난해 2월에 영암에서 대파 가격폭락으로 인해 산지에서 폐기하는 모습이다.  

올해 농산물값이 오르는 건 표면적으로는 기상악화로 인한 작황부진으로 생산량이 낮기 때문이다. 즉 공급량이 적어 가격이 오른다는 소리이다. 올 겨울은 지금도 3월이지만 눈이 내리고, 날도 춥고 흐린날이 많아 농작물 피해가 매우 심했다. 생산량이 대폭감소한 것이다. 보성의 토마토, 경남의 딸기, 성주의 참외 등 앞으로 출하될 과채류도 지금 성장이 좋지 않아 다시 심는 경우도 있고 날이 추워 하우스에 난방을 많이해 생산비도 더 들어갔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하천부지의 경작면적이 대폭 줄었다. 하천부지에서 주로 심는 것들이 방울토마토, 상추, 참외, 수박 등 과채류가 대다수이다. 앞으로 생산량이 줄어들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해마다 줄어드는 농지가 여의도의 몇배라고 하는 기사는 이제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이다. 2007~2008년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농지가 많이 없어진 해이기도 하다. 농지가 없으면 당연히 농산물도 없고 농민도 없다.

그럼 지금 농산물값이 올라서 농민들은 돈벌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생산량이 너무 줄어 가격이 비싸도 본전도 못찾는다는 것이 농민들 이야기이다. 적당한 생산량에 적절한 가격이 정해졌을 때 농민들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이 상태로라면 농민들의 손해가 더 커질 듯 하다. 물론 일부 농민들은 재미를 볼 수도 있지만.

한국농업의 특수성은 소비시장이 작기 때문에 공급량 5%가 많거나 부족해도 가격이 폭등과 폭락을 반복한다. 농민들은 이론이 아니라 몸으로 안다. 올해 고추값이 좋으면 내년에는 고추값이 안 좋다. 고추값이 좋으면 고추를 심는 농가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영농체계를 적절히  조절해줄 기관이 없다.

일본은 농협에서 매년 초에 영농설계를 농민들과 함께한다. 적정재배량을 정하고 농산물을 심는다. 그러나 우리는 마을단위 영농체계가 크게 없다.농협은 영농지도사업보다는 다른 일 하기에 바쁘다. 농식품부가 이런 일을 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농민들이 농협을 통해 협동해서 농산물을 재배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배추의 주산지는 해남과 강원도이다. 해남에서는 매년 가을이 되면 배추를 적절하게 심자는 대책회의가 열리지만 그저 말로만 끝난다. 얼만큼 심어야 하는지, 배추를 심지 않으면 대체작물을 어떤 걸 심어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농민들끼리 경쟁하듯 심다가 과잉생산돼 가격이 폭락해도 대책이 없다.

농산물 값이 올랐다고 호들갑 떨어도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적다. 70년대처럼 엥겔계수가 높던 시절, 농산물 값은 서민경제에 영향이 높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농산물이 비싸면 왜 비싼지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농민들은 안전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으면 된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수입량을 늘려 농산물값을 안정시키고, 농협을 통해서 재고물량을 풀어서 가격을 낮춘다는 아주 단순한 아메바같은 대책만을 내놓고 있다. 농민들이 죽어나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 매년 설과 추석이 되면 경제안정이라는 이유로 농산물 가격 안정대책을 발표한다. 그들에게는 안정대책이지만 농민에게는 살인대책이다.

쌀값 폭락에는 눈을 감으면서 대파에는 호들값떠는 나라의 모습은 딱 농업포기하는 나라의 이미지다. 농산물은 단순히 생산과 소비가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 농민과 도시민들의 관계를 통해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식량자급률을 가진 나라가 농산물 값에 대해 할 말이 있을까?

4대강 사업과 골프장, 각종 개발로 올해에도 어김없이 여의도 면적의 몇배가 없어졌다는 기사는 나오겠지만 그것이 당신들의 10년, 20년 후 어떤 영향을 줄 지는 아무도 고민하지 않는다. 농민들은 우스개 소리로 '굶어봐야 정신차린다'고 한다. 맞다. 쌀이 없어 굶어봐야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아이티는 진흙쿠기를 먹는다. 농업을 포기해서 그렇다. 그나마 진흙쿠기 값도 올라서 하루 한개만 먹는다. 남의 일 같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driemon.

Leave your greetings here.

[로그인][오픈아이디란?]